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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해C7H

첫만남썰

시간도 늦었고 기분도 멜랑꼴리 한게 내 인생에 몇 안되는 영화같은 썰 푼다. 전역하고 의욕없이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집에서 할 일 없으면 어학연수나 다녀오라고 해서 얼떨껼에 캐나다로 오게됨. 모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어학연수 프로그램 이었는데, 오리엔테이션 날에 시험이랑 면접보고 그걸 토대로 반 배정한다고 함. 책으로 배운 영어라 테스트는 몰라도 외국사람이랑 면접한다고 하니깐 존나 스트레스 받음. 홈스테이 가족 만나고 되지도 않는 영어로 뻘뻘거리며 하루하루 힘겹게 지내다 보니 일주일이 훌쩍지나고 오리엔테이션 날이 다가옴. 가보니깐 큰 강의실을 꽉 채울만큼 사람이 생각보다 존나 많아서 아 ㅆㅂㅆㅂ 하면서 앉을 자리를 찾던 중에 병신같이 뭐에 걸려서 자빠짐. 그때 어떤 여자애가 영어로 괜찮냐고 물어봐서 괜찮다고 대답할려고 여자애를 쳐다보는데 갑자기 아무런 소리도 안들리고 슬로모션이 되버림. 그 여자애 얼굴만 보이고 뭐라고 말하는데 아무것도 안들리고 모든게 느려지고 슬로모션으로 느껴짐. 나도 쓰면서 존나 ㅂㅅ같은 소리하네 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당시엔 그랬음. 나중에 얘가 말하길 내가 크게 쾅하고 넘어져서 걱정되서 물어보니깐 자길 뚫어져라 쳐다보다 암말도 안하고 가버려서 뭐지 이 미친놈은 이라고 생각했다함. 살면서 예쁜 여자도 많이 봤었고 존나 애절한 첫사랑도 해봤고 후에 몇몇의 여자들도 만나봤지만 이런건 처음이었음. 여하튼 당시의 경험이 너무 나로서는 충격이어서 테스트랑 면접도 하는둥 마는둥 어버버 병신같이 끝낸뒤에 집에 갈려고 하다가 이대로 지나치면 평생 후회할거 같아서 오리엔테이션 했던 강의실로 뒤늦게 뛰어감. 당연 강의실은 잠겨 있었고 나중에 어학프로그램 사무실에 찾아가서 좆도 안되는 영어로 이런 여자에 아냐고 수소문하고 다님. 당연 알리가 있나.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이반 저반 다니면서 그 여자에 없나 찾아봄. 그렇게 허무하게 놓치고 그래 이게 인생 실전이지 영화도 아니고 하면서 잊을려고 했는데 그때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테스트고 나발이고 바로 찾아가 볼걸, 이름이라도 물어볼걸 매일밤 후회함. 조금이라도 그 여자애랑 비슷한 사람을 보면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설레고 또 실망함. 나중에 버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현지 대학생이랑 짝지어 줘서 영어 배우면서 소통하는게 있는데 그거 해보라고 선생님이 수업중에 얘기함. 그래 영어 배우러 왔으니깐 한번 해보자하고 신청하고 배정받은 친구를 만나러 갔는데 그렇게 찾던 여자애가 거기 있더라. 가서 다짜고짜 나 알지 않냐고 너 존나 찾았다 하니깐 그 여자애가 깜짝 놀래서 눈을 동그랗게 뜸. 그리곤 아~ 그때 넘어진 애? 하면서 웃더라. 그렇게 해서 지금은 애가 셋이다...

밴쿠버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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